이종규 씨는 아픈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별난 의사입니다. 취미도 왕진, 특기도 왕진이라는 낭만의사 이야기입니다. 경상북도 울진에 조용한 시골마을, 차도 사람도 드문 이곳에 유독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이종규 씨가 운영하는 가정의학과입니다. 여기는 울진군 평해읍의 유일한 병원입니다. 병원 문을 열자마자 환자들이 가득합니다. 병원이 여기 한 군데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기는 합니다. 여기밖에 병원이 없기는 하지만 굳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1. 이곳을 찾는 이유
낭만의사 이종규씨는 환자의 병뿐만 아니라 , 환자의 속사정까지 다 알고 있습니다. 여기를 오면 의사분이 말을 참 친절하게 해주고 하니까 사람들이 여기에 몰리는 것 같아요. 정말 의사분들도 그렇지 못한 곳이 많은데 , 여기 의사분은 정말로 환자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진심을 담아서 진료를 하다 보면 해가 엄청 길어집니다. 그만큼 하나하나 꼼꼼히 진료를 한다는 뜻입니다.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버스시간까지 생각해서 진료를 봐주고 있습니다. 원칙대로 먼저오는사람이 먼저 진료를 받는 것이 맞지만 , 그래도 동네분들이 다 이해를 하는가 봅니다. 그래도 진료 보고 약을 타가야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고려해서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다들 베테랑이라서 그런지 융통성이 참 좋기는 합니다. 약도 원래 다음에 또 타가야 하지만 , 버스값을 아끼기 위해서 같이 드린다는 말이 참 배려 많은 의사라 생각합니다.
2. 정이 넘치는 병원
할머니께서 그래도 집에서 싸오신 귤이랑 구운 계란을 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렇게 주면 안 되기는 하는데 , 그래도 정이 넘치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환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의사분입니다. 하지만 20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남모를 고충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초창기에는 의료사고 치고 온 사람, 신용불량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입니다. 지금은 동네 주치의가 된 이종규 의사입니다.
3. 왕진가는 의사 선생님
급한 환자들에게 "정말 급할 땐 이쪽으로 전화하세요~" 하고 알려줄 때가 있다고 합니다. 연락이 오니까 문제가 심각해졌나 보다 우려하는 마음에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진 가서도 사람들이 점심도 다 챙겨주고 , 엄청 가족처럼 생각 한다고 합니다. 울진군 내에는 개업의사가 16명 있다고 합니다. 평애읍에는 이종규 씨 한명밖에 없습니다. 1개 읍 , 2개 면 소재지에 개업 의사가 이종규씨 하나밖에 없는 겁니다.
30년 전에는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을 했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 항상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1986 아시안게임 때 그때 당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필리핀 빈민촌에 갔다고 합니다. 홍역도 많았고 , 천연두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 천연두는 그때 지구상에서 없어졌다고 했는데 말이죠.
제일 큰 충격이었고 , 그때 일이 뇌리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돌아서면 눈에 밟혀서 계속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미얀마부터 네팔 , 아프가니스탄 등 외국 곳곳에서 의료봉사를 했다고 합니다. 10년 가까이 봉사를 하고 ,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이곳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족이란 게 늘 같이 모여서 살고 , 아웅다웅하면서도 오순도순하고 그런 것이 좋지만 남편이 힘들었을 때 아내가 힘들 때 같이 옆에서 있어주지 못했던 것이 어떻게 보면 책임은 이종규 씨 한데 있다고 본인 스스로가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내와 떨어져서 혼자서 이곳에서 살고 있는가 봅니다. 혼자 끼니를 해결할 때 정말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챙겨줄 텐데 하는 그런 마음들이 있을 것 같네요.
얼마 전 감기로 병원을 왔었던 어르신의 집도 방문을 합니다. 사실 옛날 1960 , 1970년대에 왕진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 요새는 왕진하는 의사가 없기는 합니다. 병원만 차려두면 알아서 오는데 이렇게 의사분이 아쉬워서 왕진하는 경우가 없기는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뜻이겠지요. 이제는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사이랍니다. 왕진을 통해 환자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최고의 고객관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이런 분들이 많아져서 세상이 좀 밝아졌으면 좋겠어요.
▼ 따뜻한 신부님 ▼